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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낭송 가을음악회

제7회 지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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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명시낭송가협회 작성일20-05-28 18:55 조회14회 댓글0건

본문

 

 

 23.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 이 근 배                                    

 

 새들은 저희들끼리 하늘에 길을 만들고

물고기는 너른 바다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데

사람들은 길을 두고 길 아닌 길을 가기도 하고

길이 있어도 가지 못하는 길이 있다.

 

산도 길이고 물도 길인데 산과 산 물과 물이

서로 돌아누워 내 나라의 금강산을 가는데

반세기 넘게 기다리던 사람들

이제 봄, 여름, 가을, 겨울 앞 다투어 길을 나서는 구나

참 이름도 개골산, 봉래산, 풍악산 철따라 다른 우리 금강산

보라, 저 비로봉이 거느린 일만 이천 멧부리

우주만물의 형상이 여기서 빚고 여기서 태어났구나.

 

깎아지른 바위는 살아서 뛰며 놀고 흐르는 물은 은구슬 옥구슬이구나.

소나무, 잣나무는 왜 이리 늦었느냐 반기고 구룡폭포 천둥소리 닫힌 세월을 깨운다.

그렇구나 금강산이 일러주는 길은 하나 한 핏줄 칭칭 동여매는 이 길 두고

우리는 너무도 먼 길을 돌아왔구나 분단도 가고 철조망도 가고

형과 아우 겨누던 총부리도 가고 손에 손에 삽과 괭이 들고

평화의 씨앗, 자유의 씨앗 뿌리고 가꾸며 오순도순 잘 사는 길을 찾아왔구나.

한 식구 한솥밥 끓이며 살자는데 우리가 사는 길 여기 있는데

어디서 왔느냐고 어디로 가느냐고 이제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

 

 24. 石 門 / 조지훈

          

당신의 손끝만 스쳐도 여기 소리 없이 열릴 돌문이 있습니다.

뭇사람이 조바심치나 굳이 닫힌 이 돌문 안에는 석벽난간

열두 층계 위에 이제 검푸른 이끼가 앉았습니다.

 

당신이 오시는 날까지는 길이 꺼지지 않을 촛불 한 자루도 간직하였습니다.

이는 당신의 그리운 얼굴이 이 희미한 불앞에 어리울 때까지는 천년이 지나도

눈감지 않을 저의 슬픈 영혼의 모습입니다.

 

길숨한 속눈썹에 항시 어리우는 이 두어 방울 이슬은 무엇입니까

당신이 남긴 푸른 도포 자락으로 이 눈썹을 씻으렵니까.

두 볼은 옛날 그대로 복사꽃빛이지만 한숨에 절로 입술이

푸르러 감을 어찌합니까.

 

몇만 리 굽이치는 강물을 건너와 당신의 따슨 손길이

저의 흰 목덜미를 어루만질 때 그때야 저는 자취도 없이

한줌 티끌로 사라지겠습니다.

어두운 밤하늘 허공중천에 바람처럼 사라지는 저의 옷자락은

눈물어린 눈이 아니고는 보지 못 하오리다.

 

여기 돌문이 있습니다.

원한도 사모 칠 양이면 지극한 정성에 열리지 않는 돌문이 있습니다.

당신이 오셔서 다시 천년토록 앉아서 기다리라고 슬픈 비바람에

낡아가는 돌문이 있습니다.

 

   

25독백 (獨白) / 이육사

 

              

운모(雲母)처럼 희고 찬 얼굴

그냥 주검에 물든 줄 아나

내 지금 달 아래 서서 있네.

 

높대보다 높다란 어깨

얕은 구름 쪽 거미줄 가려

파도나 바람을 귀밑에 듣네

 

갈매긴 양 떠도는 심사

어데 하난들 끝간 델 아리

오롯한 사념(思念)을 기폭(旗幅)에 흘리네.

 

선창(船窓)마다 푸른막 치고

촛불 향수(鄕愁)에 찌르르 타면

운하(運河)는 밤마다 무지개 지네

 

박쥐같은 날개나 펴면

아주 흐린 날 그림자 속에

떠서는 날잖는 사복이 됨세.

 

닭소리나 들리면 가랴

안개 뽀얗게 나리는 새벽

그곳을 가만히 나려서 감세  

 

 

 

  

(26)직녀에게 /문병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 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을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나 새끼를 쳤는데

그대 짠 베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사방이 막혀 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유방도 빼앗기고 처녀막도 빼앗기고

마지막 머리털마저 빼앗길지라도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

우리들은 은하수를 건너야 한다

은하수가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을 딛고 건너가 다시 만나야 할 우리

칼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이별은 이별은 끝나야 한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을 노둣돌 놓아

 

 

 

  

(27)철조망에 걸린 편지

                 이길원

어머니

거친 봉분을 만들어 준 전우들이

제 무덤에 철모를 얹고 떠나던 날

피를 먹은 바람만 흐느끼듯 흐르고 있었습니다

총성은 멎었으나

숱한 전우들과 버려지듯 묻힌 무덤가엔

가시면류관

총소리에 놀라 멎은 기차가 녹이 슬고

스러질 때까지 걷힐 줄 모르는 길고 긴 철조망

겹겹이 둘러싸인 덕분에

자유로워진 노루며 사슴들이

내 빈약한 무덤가에 한가로이 몰려 오지만

어머니

이 땅의 허리를 그렇게 묶어버리자

혈맥이라도 막힌 듯 온몸이 싸늘해진 조국은

굳어버린 제 심장을 녹일 수 없답니다

우리들의 뜨거운 피를 그렇게 마시고도

더워질 줄 모르는 이 땅의 막힌 혈관을

이제는 풀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식어버린 제 뼈 위에 뜨거운 흙 한줌 덮어줄

손길을 기다리겠습니다

무덤가에 다투어 피는 들꽃보다

더 따뜻한 손길을.

 

(28)  낙 화 

              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결별

셈 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에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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